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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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下 109


            바뀐 생각과 허깨비의 조화에 따라 생기는 것입니다.이러한 생각이
            란 망상을 따라 일어나는 것이어서 마치 공중의 바람이 의지할 곳
            없이 일어남과 같습니다.
               법의 모습[法相]도 이와 같아서 나지도 없어지지도 않으니 내 마

            음이 저절로 비면 곧 진실한 법의 모습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이
            법은 허물어짐이 없어 마음 없는 법[無心法]을 관하고 그 법에도 머
            무르지 않으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께서 해탈하신 고요하고 적멸한
            모습입니다.이와 같이 아는 사람은 빨리 성불할 수 있고 무량한 죄
            업을 멸하게 됩니다.
               대왕께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이미 ‘지금 이 자리의 내가 곧 부처

            다’라는 것을 아셨으니,이것이 곧 백천 부처님의 묘한 방편[門]이며,
            백천 삼매에 드는 방편이며,백천 지혜의 방편이며,백천 가지 해탈
            의 방편입니다.그런데 신통하고 묘하게 움직이는 이 모든 방편은
            모조리 가슴속에 있는 것이며,법계에 두루 차 있는 법이 모두가 대

            왕의 마음속에 있는 것입니다.또한 본래 자재하여 벗어날 3계도 없
            고 이를 깨달음도 없으니 큰 도는 텅 비고 넓은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지금 이미 진여의 본성을 아셨으니 모든 것을 한꺼번
            에 놓아버리시고 결코 실오라기만한 것도 달리 일어날 수 없게 하시
            옵소서.분명히 깨친 사람은 관(觀)․상(想)․염(念)등에 생각[慮]이
            아주 끊어졌음을 봅니다.

               이미 이러한 줄을 아셨다면 간절히 원하옵건대 무엇인가 있다고
            아는 사람의 견해를 가져서는 안 됩니다.이렇게 하여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대승의 공과(功果)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이것을 이
            름하여 ‘공 없는 공[無功之功]’이라고 부르는데,이 공은 헛되게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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