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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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설봉록


            지는 것이 아닙니다.이러한 법을 아는 것을 ‘생각 없는 생각[無念之
            念]’이라고도 부르니,이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모든 조사들의 깊은
            종지입니다.
               지금 여기서 대왕과 함께 논하는 것은 부처님께서 영산회상에서

            많은 성인들 앞에서 밝히신 비밀스럽고 깊은 종지입니다.이것을 대
            왕을 위해서 설명하니 대왕께서도 이미 환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대왕께서는 무량한 큰 서원을 세우셔서 이를 잘 간직
            하소서.그리하여 부처님이 되어 윤회를 받지 마소서.이 일을 쉽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대왕은 마침내 두 분 선사께 절하고 이렇게 탄식하였다.

               “부끄럽구나!백번 천번 태어나 다행하게도 선지식의 가르침을
            만났으나 만약에 두 분 선사의 단도직입적인 설법을 듣지 못하였던
            들 만겁을 지난다 해도 이러한 공하고 또 공한 무상(無相)의 법문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지금부터 앞으로는 맹세코 두 분 스님의 깊은

            은혜를 저버리지 않으리라.”
               이에 두 분 스님이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오직 생각생각이 늘 공적(空寂)하면 일상생활에 큰 인과가 있다
            는 것은 지난날 능엄경(楞嚴經)에서 빠짐없이 설한 것입니다.이
            경에서 말하는 깊은 뜻에서 지금은 오직 보시하여 널리 중생을 이익
            되게 할 뿐인데,이것은 모두 수행에 들어가는 방편문[助道之門]에

            속하는 것입니다.‘있다’‘없다’하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으면 모든
            것에 자재하게 되어 날마다 그저 힘쓸 것 없는 도[無功用道]를 닦고
            4구게(四句偈)를 지니시면 됩니다.”
               이때 스님께서 문득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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