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3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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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213


               구름 건너 아득히 지는 석양 보인다.


               옛사람이 옥씨 뿌려 처음 낳은 아들은
               은자(隱者)되어 구름 갈며 스스로 농사일 배웠노라

               신령한 지초를 캐고 싶으면 이 땅에 노닐지니
               파란 절벽 푸른 골짜기에 길은 겹겹으로 깊도다.
               藍田庄近六華峰 峰頂藍田秀所鍾
               分水遠從寒澗落 隔雲長見夕陽舂
               前人種玉初生子 隱者耕雲自學農
               欲採靈芝遊此地 蒼崖翠壑路重重




               4.고목암(枯木菴)



               못가의 고목나무 쪼개서 선궁(禪宮)을 만드는데
               그 안에 진짜 스님 큰 공[大空]을 보고 있네
               옥 같은 달 구슬 같은 별들이 빈 허공의 구멍을 엿보는데
               비단 같은 구름 아롱진 안개가 문지방되고 발이 되었네.



               해묵은 이끼에 봄빛이 머무를 때
               별천지의 연기꽃이 늦봄의 붉은 꽃을 비웃는구나
               이곳이 근원이라 세월을 늘려내어
               산 속 가득 영묘한 풀싹을 자라게 하네.
               池邊枯木劈禪宮 內坐眞僧觀大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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