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8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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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설봉록


               호박(琥珀)같은 기운 떠올라 초록빛 노을 되고
               황금 같은 꽃 떨어져 향긋한 흙에 뒤섞인다
               파랗고 파란 그 빛 내가 잡아매어서
               아득히 구름 속에 둥지 튼 학과 살아보련다.

               誰種靑松萬樹齊 兩行夾徑入招提
               半空爽籟秋長在 滿地凉陰晝欲迷
               琥珀氣浮成翠靄 黃金花落混香泥
               吾將攬結蒼蒼色 縹緲巢雲伴鶴栖




               11.설교로(雪嶠路)


               먼 산봉우리 까마득히 눈 속을 뚫고 솟아
               하얀 꽃 엉긴 곳에 가는 길 트였네
               높기는 옥섬돌 밟으며 제석궁 올라가듯 하고

               험하기는 은하수에 다리 놓아 달궁전에 오르는 듯하여라.


               허공을 걸어가는 선인은 그 몸 밝고 빛나며
               험한 길 오르는 병사는 그림자 어스름하네
               매화 찾아 곧바로 층층 산마루를 올라서

               저 밑 평원을 돌아다보면 모두가 한 빛이라네.
               遠嶠迢迢透雪中 素華凝處往來通
               高如玉砌升瑤闕 峻似銀橋上月宮
               仙子步虛身晃朗 征夫躋險影朦朧
               尋梅直上層巓去 下顧平原一色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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