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5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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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215
통천 안의 그 누가 이곳이 선계인 줄 아는가
끝없는 경관이 눈앞에 펼쳐지니
별천지 세계라 인간세상 아니로다.
솔밭길에 달빛 비끼고 둥지 안에는 학이 우는데
석문(石門)에 구름 자욱하니 비를 내리는 용이 돌아오도다
거룩하신 도인이 나를 불러서 하늘 궁전의 풀들을 보여주시나
내 발은 지다 남은 꽃을 밟아 온 땅 가득 자국을 남겼네.
一洞天開縹緲山 洞中誰識是仙寰
無窮景物在觀裡 有別乾坤非世間
松徑月斜巢鶴唳 石門雲滋雨龍還
至人招我視瑤艸 足踏殘花滿地斑
7.반산정(半山亭)
비취빛 정자가 산 속 바위 끝에 솟아 있는데
이날 높은 곳에 기대 서니 그 흥취 끝이 없구나
층층 산마루를 올려다보니 구름 그림자 가깝고
절벽 밑 개울을 굽어보니 물은 비고 넓구나.
사나운 바람 속을 까마귀떼 휙 비껴날고
멀리 학 한 마리 바닷가 나무 위에 오똑하니
게다가 소나무 그늘 있어 쉬어갈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