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7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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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217
9.무자비(無字碑)
우람한 비석 하나 오랜 바위 옆에 비스듬히 누웠구나
묘한 도는 원래가 글자로 새길 것 없어라
벗겨져 떨어진 옛 무늬는 오직 이끼자국뿐이고
희미한 새 전각은 달팽이 침자국이라.
자연으로 이루어졌으니 귀부(龜趺)위에 실을 필요 없고
오랜 세월 지났어도 옥같이 단단하구나
새 시를 한 수 지어 지난 일을 써 보려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서까래만한 큰 붓이 없구나.
穹碑斜臥古巖邊 妙道元無字可鐫
剝落舊紋惟蘚跡 模糊新篆是蝸涎
天成不用龜趺載 歲久還同玉體堅
欲把新詩題往事 惜無鋒筆大如椽
10.만송관(萬松關)
누가 푸른 솔 심었기에 만 그루가 가지런한가
두 줄로 길을 끼고 절 안으로 들어갔네
하늘가 시원한 솔바람 소리 가을이 언제나 그곳에 있고
땅을 덮은 서늘한 그늘 대낮에도 어둑어둑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