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1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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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231


               날아갈 듯한 바위틈의 샘물줄기 저절로 방아 되었네.


               산마을 아가씨는 구름 뚫고 한가로이 푸르름 줍고
               산에 사는 스님들 빗속에서 농사일을 보는구나

               붉은 산 푸른 물,아지랑이 속에 마을은 먼데
               9리에 뻗은 깊은 솔밭,푸르름 그 몇 겹이런가.
               井井藍田繞雪峰 幽人種玉玉多鍾
               徑邊梅落香難散 岩罅泉飛水自舂
               山女穿雲閑拾翠 山僧帶雨看耕農
               丹山碧水煙村遠 九里松深翠幾重




               4.고목암(枯木菴)



               속 빈 고목나무 궁궐같이 널찍한데
               노승은 여기 앉아 공(空)을 이야기하네
               그 뿌리 지축에 서려 푸른 바다까지 통하였고
               그림자 대나무 발에 떨어져 붉은 난간에 비치네.



               패랭이는 구름 끝에서 늦 푸르름을 흔들고
               산에 나는 차잎은 눈 온 뒤의 봄꽃같이 붉어 보이니
               여기 이곳에서 영고성쇠를 묻지 말아라
               그 모든 것은 아득한 허깨비의 변화 속에 있나니.
               古木中虛廣若宮 老僧於此坐談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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