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5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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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235
9.무자비(無字碑)
한 조각 이름난 비 길가에 누웠는데
용 무늬 새 무늬 예로부터 새겨 있었네
비끼는 달빛에 매화나무 그림자 옅은 먹같이 담박하고
비에 씻긴 이끼 자국은 침같이 매끄럽구나.
하늘이 잘된 문장을 사랑해서 천둥 번개로 빼앗아가고
땅은 괴석에 자갈 물려 눈서리에 굳어지게 하는데
밤마다 별들이 비추어 주려 해도
오랜 세월 아무도 서까래 하나 세워 준 사람 없네.
一片名碑偃徑邊 龍章鳥篆古曾鐫
月斜梅影淡如墨 雨洗苔痕滑似涎
天愛奇文雷電取 地箝怪石雪霜堅
要令夜夜星辰照 歲久無人構一椽
10.만송관(萬松關)
만 그루 높고 높은 솔 하늘에 가지런히 꽂혔는데
홀로 우뚝이 뛰어난 모습 보리의 대열에 서 있네
달빛 속 엷은 그림자 서리 덮인 뿌리 차갑고
비온 뒤 짙은 그늘에 풀밭길 분간키 어렵구나.
송화가루 나부낄 때 그 향기 골짜기를 메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