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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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에 대해 이렇게 평[拈]했다.
“그 스님은 설봉산에서 온 스님이 아니니 조주스님의 괭이만 아
깝게 되었구나!”
영관 오석(靈觀烏石)스님은 늘 문을 닫고 혼자 앉아 있었다.어느
날 스님이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자 영관스님이 문을 열었다.스님께
서 영관스님의 멱살을 움켜잡고 “이것이 범부인가,성인인가?”라고
묻자 영관스님은 침을 뱉으며 “이 여우 혼령아!”라고 소리치고 스님
을 밀어붙이며 다시 문을 닫아 버렸다.
이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도 이 늙은이를 알아야 하느니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학인 본분의 일입니까?”
“ 가을밤이 이렇게도 긴데 어쩌자고 한낮에 졸기만 하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굉장한 일입니까?”
“ 물어보아라.”
한 스님이 물었다.
“깜깜한 소경은 어떻게 나날을 보냅니까?”
“ 차도 마시고 밥도 먹는다.”
“ 그렇다면 헛되이 나날을 보내는 것이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