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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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上 91


               “석상산(石霜山)에서 왔습니다.”
               “ 석상 경저(石想慶諸:807~888)스님은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 제가 한번은 ‘지척인데도 어찌하여 스님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
            니까?’라고 물었더니 석상스님이 말씀하시기를 ‘세상 어디에도 숨긴

            일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 너는 그 뜻을 아는가?”
               “ 모릅니다.”
               “ 석상스님 아닌 곳이 어딘가?”
               그 스님이 돌아가서 석상스님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니 석상스님
            이 말하기를,“설봉 늙은이는 무슨 급한 일이 있어 달라붙어 있을

            까?”하였다.후에 스님께서 듣고는 말씀하시기를,“내 잘못이다”라
            고 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백추를 들고 불자를 세우고 해도 그것은 모두가 종문에는 해당
            되지 않습니다.스님께서는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 불자를 세우자 그 스님은 머리를 싸쥐고 나가 버렸는데
            스님께서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하루는 운암 담성(雲巖曇晟:782~841)스님께서 스님에게 물으셨

            다.
               “어디서 왔는가?”
               “ 천태산(天台山)에서 왔습니다.”
               “ 지자대사(智者大師)를 만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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