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2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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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현사록


                 사대(四大)가 원래 주인이 없고
                 오온(五蘊)도 본래 비었으니
                 번뜩이는 칼날에 머리를 들이대도
                 봄바람에 스치듯 하네.
                 四大元無主 五陰本來空
                 將頭臨白刃 一似斬春風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형편없는 조법사가 죽는 순간까지도 잠꼬대를 하고 있었군.”


               이어서 앙산스님의 송곳 이야기[揷鍬話]*를 거론하고는 말씀하
                                                    8)
            셨다.
               “내가 당시에 보았더라면 그의 송곳을 발로 차 버렸을 것이다.”



               구지(俱胝)행자가 사람을 보기만 하면 한 손가락을 세웠던 일을
            거론하고는 말씀하셨다.
               “내가 당시에 보았더라면 그의 손가락을 꺾어 주었으리라.”





            *향엄스님이 운력하다가 기왓조각을 집어던졌는데 그것이 대나무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깨치니 위산스님이 인정하였다.앙산스님이 직접 확인해 보겠다
              고 향엄스님에게 가서 깨친 경계를 말해 보라 하니 이런 시를 지었다.

                지난해 가난은 가난이 아니고
                금년의 가난이 진짜 가난이네
                작년 가난은 송곳 꽂을 땅이라도 있더니
                금년 가난은 송곳마저 없구나.
              앙산스님은 듣고서 조사선은 깨치지 못했다고 평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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