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0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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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현사록
이다.만약 철저하게 밝혔다면 앉은 자리에서 범부이자 성인이고
앉은 자리에서 3계이다.
꿈 같고 허깨비 같은 심신은 바늘 끝만큼도 연(緣)이 되거나 상
대가 되는 일이 없다.설사 모든 부처님이 나와서 무한한 신통변
화를 나타내고,많은 가르침의 그물을 편다 해도 한 털끝만큼도
한 것이라고는 없고 단지 초학들을 진실하게 믿게 하는 방편을 도
울 뿐이다.알았는가.
물과 새,나무,수풀들도 법요를 펼칠 줄 안다.그들은 매우 분
명하게 펼치는데 듣는 사람이 적을 뿐이니,이는 작은 일이 아니
다.
천마와 외도는 은혜와 의리를 저버리고,천상․인간 등 여섯
갈래는 스스로를 속인다.지금 사문은 이 일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도리어 그림자나 희롱하는 놈이 되어 생사의 바닷속에서 떴다 가
라앉았다 하니 어느 때나 쉬겠는가.
다행히도 자기에게 이 위대한 종문의 가풍이 있는데도 계승하
지 못하고 다시 5온의 몸에서 주인노릇을 하고 있으니 꿈엔들 보
겠느냐.그 많은 마음밭에 뉘더러 주인이 되게 하겠는가.대지는
싣고 일어나지 못하며 허공은 포용을 다하지 못하니,어찌 작은
일이랴.
철저하게 깨치고 싶다면 바로 여기에서 분명히 깨쳐야 한다.그
대들에게 미진만큼의 법도 갖게 하지 않으며,그대들에게 털끝만
큼의 법도 버리게 하지 않는다.알았는가.”
그때 한 스님이 물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종지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