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8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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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현사록


            고 두 손에 지혜의 해를 받쳐 든 분이 있으니,바로 안국선원(安國
            禪院)의 종일(宗一)대사이시다.스님의 법명[法諱]은 사비(師備)이며
            민현(閩縣)강남 사람이다.3대 조상이 겸손한 인격으로 세상에 알

            려졌고,온 문중이 예교(禮敎)의 풍습에 두터웠다.
               스님은 어릴 때부터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았으며,스무 살 안팎
            의 나이에 법기(法器)를 이루어 늘 출세간의 이치를 탐구하고 항상

            애욕을 끊고 출가할 마음을 품었다.담담해도 스스로 만족하고,좋
            아도 절도를 잃지 않았다.
               함통(咸通:860~873)초에 부용산(芙蓉山)의통(義通)스님이란

            분이 속가마을을 찾아왔다.스님의 선친이신 사공(謝公)은 성품이
            반듯한 분으로,숨은 표범처럼 문채를 숨기고 살았는데 마음으로
            는 부처님을 좋아하였다.그래서 의통스님에게 극진하게 예를 올

            렸으며,의통스님은 그날 밤을 그 집에서 쉬면서 별자리가 옮겨져
            새벽이 되도록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때 스님은 부모님께 여러 번 말씀 올려 먹물옷에 머리 깎고

            스님이 되겠다고 간절히 청하였다.새벽이 되자 의통스님을 따라
            그의 산문에 들어가 홍조(弘照)대사의 제자가 되었다.이는 좋은
            재목이 훌륭한 목수를 만난 것과 같으니 순금이 어찌 용광로를 번
            거롭게 하겠는가.3년이 지나자 머리카락과 수염을 말끔히 깎았다.

               함통 5년(864)봄 정월에 그곳을 떠나 종릉(鍾陵)개원사(開元
            寺)의 도현율사(道玄律師)를 찾아가 구족계를 받고,그 해 가을 갑

            자기 용사(龍沙)를 떠나 와월(臥越:福建省)로 돌아왔다.어깨에 지
            팡이를 가로 메고는 쉬지 않고 많은 골짜기를 밟았으며,지체없이
            겹겹의 강을 건너면서도 마음은 부용산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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