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3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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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사록 下 233
나 워낙 고요한 데다 집착이 없었기에,만경창파가 밭고랑 사이에
고인 물과 같았고 천길 절벽이 마치 먼지더미와도 같았다.안국선
원에서 교화를 펴고 왕의 통치를 도운 뒤로 인간세상의 복은 끝이
없었고 천상의 별자리는 열 번을 돌았다(10년이 지남).
개평(開平)2년(908)초겨울이 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성인은 짧은 불꽃으로 부평초 인생을 일깨워 주셨고,도인은
흘러가는 구름으로 허깨비 몸뚱이를 빗대셨다.”
스님은 이 말씀을 하면서도 베개에 엎드렸고,어쩌다가 하루 법
당에 오르시니 영명한 임금의 근심을 자아냈고 학인 문도들의 염
려를 일으켰다.11월 27일 한밤중에 병이 점점 심해지니 주사(主
事)에게 명하여 죽은 뒤에 상복을 입거나 지팡이를 짚지 못하게
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새벽이 되자 필수(筆修)에게 명하여 유계(遺啓:마지막으로 임금
에게 아뢰는 글)를 쓰게 하여 충의왕에게 감격 어린 고별을 하고
아울러 게를 지어 보냈다.
사람 중의 보배로다,사람 중의 보배로다!
한 알 신비한 구슬 일찍부터 밝았고
원래 환히 드러나 사바세계에 두루하니
이를 터득한 사람 생로병사 없으리.
人中寶人中寶 一顆神珠明已早
從來顯現徧娑婆 人中達得無生老
축시(丑時)가 되자 한 학인이 물었다.
“스님 기체(氣體)가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