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4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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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현사록


               “너는 의심하지 말아라!나는 늘 정(定)에 들어 있다.”
               그리고는 다리를 꼬고 앉아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조용히 입적
            하셨다.

               서기 어린 태양이 높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고 큰 나무가 갑
            자기 큰 집에서 부러졌다.충의왕은 여러 날 정사를 그만두고 열
            흘 동안 다른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애도만을 표하니 나는 새와 달

            리는 짐승도 함께 슬퍼하고 승속이 이에 공감하였다.스님의 세수
            는 74세이며 승랍은 45년이다.
               그 해 12월 10일에 유골을 담은 함[靈龕]이 민현(閩縣)의 회현

            리(懷賢里)비산(飛山)언덕으로 돌아왔고 예에 따라 장례를 치렀
            다.이날 서설(瑞雪)이 공중을 메웠고 슬픈 바람소리가 나무를 흔
            들었다.상여 줄을 잡은 사람이 만 명이 넘었으며 함을 호위하는

            사람도 수천 명에 달했는데,품고 있던 눈물이 다 마르고도 어느
            마음이고 통곡하지 않는 마음 없었다.그 후 돌을 깎고 다듬어 탑
            을 세우고 공양받는 집을 지었으나 모두를 띠풀과 흙의 은혜로 돌

            리고 이 봉우리 산빛에 제사를 올렸다.
               이로부터 수백 명의 제자가 나왔는데,그들 도의 나무에서는 짙
            은 향기가 풍겨났고,그들 덕의 산은 우뚝하고 가팔랐다.단청의
            상서로운 모습과 스님이 남기신 법도로 보배창고는 낭간(琅玕)구

            슬로 더욱 빛났고 녹야원은 훌륭한 인재들로 다시 새로웠다.이
            모습은 가히 “형은 공손하고 아우는 화목하며 하늘은 길고 땅도

            영원하다”고 할 만하였다.
               두 번째 상좌 오영(悟靈)대덕은 운치 있는 격조가 두드러졌고
            법도는 남달라 공경히 귀의하는 정성스런 마음이 실추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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