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선림고경총서 - 20 - 현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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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현사록


               초경스님과 헤어지면서 말씀하셨다.
               “나는 산을 내려가려 하네.그대도 나 있는 저쪽으로 오게나.”
               초경스님이 말하였다.

               “그곳에 있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 그랬었나.”
               “ 분수 밖의 일은 아닙니다.스님!”

               “ 알았네,알았어.”


               다시 안원주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갈 테니 한가하여 일이 없거든 그곳으로 오게나.”
               “ 제가 감히요?”
               “ 그런 도리가 아니다.”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이곳을 산중이 아니라고 하겠습니까.”



               37.
               왕령공(王令公)이 사람을 보내 커다란 배[含消梨]를 올리자 스
            님께서는 이를 들어 보이면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이것을 먹으라고 주겠다.
            어떻게 말해야 먹을 수 있겠는가?”

               지초(志楚)스님은 “무슨 부질없는 물건입니까”하였고,언목(彦
            穆)스님은 “부질없는 물건은 던져 버리십시오”하였으며,혜침(惠
            琛)스님은 “이 과일을 하나하나 집어서 세어 보겠습니다”하였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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