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4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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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태고록


            ‘태고암’이라 현판을 붙이니,경내가 뛰어나게 산뜻하였다.긴 노
            래를 부르면 차가운 그 곡조가 매우 아름답고 고상하여 아는 이

            가 적었고,때때로 솔바람이 스스로 화답할 뿐이었다.이렇게 하
            여 거기서 5년을 지내셨다.
               병술년(1346)봄에 연도(燕都)에 들어가 대관사(大觀寺)에 머무

            르셨는데,도가 높다는 소문이 천자에게까지 들렸다.그 해 겨울
            11월 24일은 태자의 생일인데,천자는 스승을 청해 반야경(般若
            經)을 강설하게 하였다.

               정해년(1347)4월에 축원성(竺源盛)선사가 남소(南巢)에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으나 선사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그 문인
            홍아종(弘我宗)․월동백(月東白)등이 축원성 선사의 세 마디 법문

            [三轉語]을 가지고 스님에게 물었다.
               즉 첫째는,“출가하여 도를 공부하는 것은 다만 성품을 보기

            위해서인데,그 성품은 어디 있는가?”둘째는,“3천 리 밖에서는
            필시 그릇된 말을 할 수 있겠지마는 마주보면서도 왜 모르는가?”
            셋째는,두 손을 펴 보이면서 “이것은 둘째 마디[第二句]이니 첫째

            마디[第一句]를 내게 돌려다오”하면서 하어(下語)*를 청하였다.
                                                            59)
            스님은 바로 보는 듯 곁눈질하고 곁눈질하는 듯 바로 대하여,다

            음 한 게송으로 세 관문을 꿰뚫었다.


                 고불(古佛)의 길에 눌러앉아서
                 사자의 외침을 크게 열었다기에
                 저 늙은 남소(南巢)를 찾아왔더니


            *하어(下語):고칙(古則)공안(公案)등에 대하여 자기의 의견을 드러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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