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5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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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 장 215
솜씨를 전혀 드러내지 않네.
드러내지 않으나 해같이 밝고
숨기지 않으나 옻칠같이 검은데
내가 오자 마침 서쪽으로 돌아갔나니
남은 독기가 꿀처럼 쓰구나.
坐斷古佛路 大開獅子吼
還他老南巢 手脚俱不露
不露也明如日 不隱也黑似漆
我來適西歸 餘毒苦如蜜
두 사람은 함께 나와 인사하고 말하였다.
“이 땅의 납자가 몇천 만 명이나 되지만 이 세 가지 관문에 이
르러서는 모두 어찌하지 못하였는데,장로께서 비로소 우리 노화
상(老和尙)과 서로 통하였습니다.이곳에 머무르시기를 바랍니다.”
스님은 사양하면서 말하였다.
“내가 먼 길을 찾아온 것은 어떤 사람을 보려 한 것입니다.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두 사람은 말하였다.
“스승[先師]께서 언젠가 ‘강호(江湖)의 눈[眼]은 오직 석옥(石屋)
에게 있다’하였습니다.”
그 해 7월에 스님은 옷깃을 떨치고 호주 하무산 천호암(天湖庵)
으로 가서 석옥화상을 찾아뵈었다.노을 속에 도인의 풍채는 기운
이 늠름하였다.스님은 위의를 갖추고 그 앞에 우뚝 섰고,석옥화
상은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스님도 눈을 뜨고 마주 바라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