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선림고경총서 - 21 - 태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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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록 上 23
자의 향이 모두 이르렀다.
스님께서는 주지실[據室]에서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내리치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부처님과 조사님을 삶는 큰 풀무간이요,생사(生死)를
단련하는 지독한 집게와 망치이다.이 앞에 서는 이는 담이 서늘
하고 혼이 나갈 것이니,이 노승에게 얼굴[面目]이 없다고 탓하지
말라.”
또 한 번 내리치고 “백천의 부처님네도 이 속에서는 얼음처럼
녹고 기왓장처럼 부서지느니라”하시고,또 내리치셨다.그리고
주장자를 들고 말씀하셨다.
“이런,앗[聻]!고래가 바닷물을 모두 마셔 산호가지가 드러났
구나.”
스승에게 전해 받은 가사를 들고 말씀하셨다.
“이 한 조각 쇠가죽은 부처님네와 조사님네의 혈맥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징표이다.석가 늙은이가 49년 동안 3백여 회상에서 다
쓰고도 남아 맨 마지막 영산회상에서 금빛 얼굴을 가진 늙은 두
타(頭陀:가섭)에게 전해 주면서 ‘대대로 전해 말세에 이르도록 끊
어지지 않게 하라’하신 것이니 그 빛이 찬란하구나.”
또 금란가사를 들고 말씀하셨다.
“이 금란가사는 무엇 때문에 오늘 왕궁에서 나왔는가.‘이 법을
국왕과 대신들에게 부탁하여 맡기노라’하신 말을 듣지 못했는
가.”
다시 스승에게 받은 가사를 들고 “이것은 부자간에 직접 전한
사적(私的)인 물건이다”하시고 다시 금란가사를 들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