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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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왕사(王師)로 봉숭(封崇)되는 날 설법하다

                    --신해년 8월 26일--













               스님께서 법좌에 올라 불자를 들고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

            하셨다.
               “그대들은 이 산승의 깊고 깊은 뜻을 아는가.그저 이대로 흩
            어져 버린다 해도 그것은 많은 일을 만드는 것인데,거기다가 이

            산승이 입을 열어 이러쿵저러쿵 지껄이기를 기다린다면 흰구름이
            만 리에 뻗치는 격이 될 것이다.그러므로 말로는 사실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고 글로는 의기에 투합하지 못한다 한 것이니,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뜻을 잃고 글귀에 얽매이는 이는 어둡다.
            또한 마음으로 헤아리면 곧 어긋나고 생각을 움직이면 곧 어긋나

            며,헤아리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으면 물에 잠긴 돌과 같을 것이
            다.
               그러므로 우리 조사 문하에서는 길에서 갑자기 만나면 그대들

            이 몸을 돌릴 곳이 없고 영(令)을 받들어 행하면 그대들이 입을
            열 곳이 없으며,한 걸음 떼려면 은산철벽(銀山鐵壁)이요,눈으로

            바라보면 전광석화(電光石火)인 것이다.3세의 부처님도 나와서는
            그저 벼랑만 바라보고 물러섰고,역대의 조사님네도 나왔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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