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P. 119
어 록 119
이 열리는 때만이 다른 풍광이 보이니 비로소 일월의 새로움을
믿겠고 바야흐로 천지의 대단함을 알 것이다.그런 뒤에 반드시
위쪽의 관문을 밟고 조사의 빗장을 쳐부수면 물물마다 자유로이
묘한 이치를 얻고 마디마디 종지와 격식을 뛰어넘을 것이다.한
줄기 풀로 장육금신(丈六金身)을 만들고 장육금신으로 한 줄기 풀
을 만드니,만드는 것도 내게 있고 쓸어버리는 것도 내게 있으며,
도리를 말하는 것도 내게 있고 도리를 말하지 않는 것도 내게 있
다.왜냐하면 나는 법왕이 되어 법에 있어서 자재하기 때문이다.”
주장자로 한 번 내리치고 말씀하셨다.
“과연 그런 납승이 있다면 나와서 말해 보라.나와서 말해 보
라.”
학인들이 문에 이르자 스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한 걸음 나아가면 땅이 평평하게 꺼지고 한 걸음 물러나면 흩
어지니,나아가지도 않고 물러나지도 않으면 숨만 붙은 죽은 사람
이다.어떻게 걸음을 내딛겠는가?”
학인들은 모두 말없이 물러갔다.
공부십절목(工夫十節目)
1. 세상 모든 사람들은 모양을 보면 그 모양에서 벗어나지 못하
고,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어떻게 하면
모양과 소리를 벗어날 수 있을까.
2. 이미 소리와 모양에서 벗어났으면 반드시 공부를 시작해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