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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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경술 9월 16일 나라에서 시행한

                    공부선장(工夫選場)에서 법어를 내리다













               스님께서는 법좌에 올라가 한참 있다가 말씀하셨다.

               “고금의 격식을 깨부수고 범성의 자취를 모두 쓸어버리고 납승
            의 번뇌를 끊어 버리고 중생의 알음알이를 없애 버려라.죽이고
            살리는 변통이 모두 때에 맞게 하는 데 있고 호령과 저울대가 모

            두 손아귀에 돌아간다.3세의 부처님네도 그저 그럴 뿐이고 역대
            의 조사님네도 그저 그럴 뿐이며,천하의 큰스님들도 그저 그럴
            뿐이다.산승도 다만 그런 법으로 우리 주상전하께서 만세 만세

            만만세토록 색신(色信)과 법신(法身)이 무궁하시고 수명과 혜명(慧
            命)이 끝이 없기를 봉축하는 것이다.바라건대 여러분도 모두 진

            실로 답안을 쓰고 부디 망령되게 알지 말라.”
               학인들이 문에 이르자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행은 되었으되 말로써 언급하지 못하면 행했다고 할 수 없고,

            말로는 했으되 행이 따라 주지 않으면 말을 했다 할 수 없다.설
            사 말한 것을 반드시 지켰다 해도 그 역시 문 밖의 일이니,문에

            들어가는 한마디는 무엇인가?”
               학인들은 모두 말없이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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