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나옹록
형암(冏菴)
동서에도 남북에도 한 점 티끌 없는데
사립문 반쯤 닫히고 찾아오는 사람 없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은 아무 까닭 없이
밤마다 창문을 뚫고 온몸을 비추네.
효당(曉堂)
뭇별이 사라지는 곳에 앞길이 보이는데
한 방은 고요하여 안팎이 밝아진다
이로부터 어두운 구름은 모두 사라지리니
여섯 창에 바람과 달은 절로 맑고 새로우리.
무일(無一)
동서도 남북도 탁 트여 비었는데
그 가운데 어떤 물건을 으뜸이라 부를 것인가
허공을 모두 빨아 마시고 몸을 뒤집는 곳에는
온 하늘과 온 땅에 서리와 바람이 넉넉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