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나옹록
극한(極閑)
물도 다하고 산도 다하였으니 어디로 향해 갈꼬
동서와 남북에 어디든 의심 없네
그대를 따라 펴고 거둠에 걸림이 없고
첩첩 기이한 바위에도 의지함이 없노라.
유곡(遊谷)
한가히 오고 가매 더없이 한가한데
언제나 천 바위와 만 골짝 사이로 다니네
물구경 산구경도 오히려 부족하여
통문(洞門)깊은 곳에 겹관문을 만든다.
설악(雪嶽)
옥가루 펄펄 내려 하룻밤만에
기이한 바위들은 뾰족한 흰 은덩이 되었네
매화나 밝은 달인들 어찌 여기 비하랴
층층이 포개져 차고 또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