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0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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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나옹록


                천 개의 등불은 어두운 방을 비추어 똑같이 만든다.

            이 누더기 얻은 지가 얼마인가 아는가
                필시 지녀 온 지 오랜 세월 지났으리
                베 빛깔을 분간할 수 없이 기운 지 오랬거니
                그 바탕 녹다 남은 눈 같고 노을 같구나.

            몇 해나 추위를 막았던가
                이 누더기는 원래 한가하니
                일없는 선정 가운데 무슨 일이 있는가
                띠풀 암자는 예와 같이 푸른 산을 마주했네.

            반쯤은 바람에 날아가고 반쯤만 남았구나
                앞은 날아가고 뒤에 남은 것 더덕더덕 걸려 있다
                걸음걸음 비로자나의 정수리거니

                걸음걸음 가면서 또 무엇을 구하랴.

            서리치는 달밤,띠풀 암자의 초암에 홀로 앉았으니
                띠풀암자에 홀로 앉아 있기를 다시 구하랴
                천만 가지 차별에서 내 고향 잃었거니
                참도[眞道]는 서리치는 달밤에서 나온다네.

            안팎을 가릴 수 없이 모두가 깜깜[蒙頭]하다
                이런 맛은 원래 세상에 없으니
                세상에 어떤 사람이 이 맛 알 건가
                바람 맑고 달 밝은 밤의 이 깜깜한 맛을.





            이 몸은 가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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