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3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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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제존자 삼종가 313
무엇 때문에 남은 생에 이런 마음 가질 건가.
누더기 납승,가슴이 비었거니 무슨 생각 있으랴
생각도 마음도 없으매 성품에 생멸 없는데
이름이나 이익을 구하는 사람 어찌 이 맛을 알랴
이 맛의 영화는 세상 영화 아닌 것을.
발우 하나의 생활은 어디 가나 족하니
발우 안의 나물밥으로 능히 만족 느끼며
선(善)도 닦으려 하지 않고 그저 무심뿐인데
무슨 일로 무간지옥에 떨어지리.
그저 이 한 맛으로 남은 생을 보내리
언제나 한결같아 물러나지 않으리라
오래 힘써 공을 이루면 마음 거울 밝아지리니
어찌 수고로이 다시 무생(無生)을 깨치려 하겠는가.
만족한 생활에
부자가 되었거니
온 세계가 보물인들 무엇에 쓰랴
누더기 한 벌 헤진 때에 이미 만족할 줄 알아
내 집의 재보(財寶)를 간직해 왔네.
또 무엇을 구하랴
내 집에 보배가 가득한데
친구 집에서 취해 누웠다 일어나선 고향을 떠났네
옷 속에 매어 둔 보배구슬을 모른 채 떠나
멀리 타향에 가서 오랜 세월 보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