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2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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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나옹록


            가느다란 지팡이 하나로
                주장자 거꾸로 잡고 두루 돌아다녔네
                예나 지금이나 납자에게는 다른 물건 없나니
                몸에는 헤진 옷이요 손에는 살아 움직이는 용(龍)이 있다네.

            천하를 횡행해도 안 통할 것 없었네
                예로부터 큰 도는 그 자체가 원만한 공(空)이며
                시방의 모든 법계도 간격이 아니거니
                납자의 돌아다님에 무엇이 안 통하랴.

            강호를 두루 다니며 무엇을 얻었던고

                화엄경의 선재동자 선지식을 찾아서
                법계를 쉬지 않고 두루 다녔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 뜻은 알 수 없네.

            알고 보니 배운 것이라곤 빈궁뿐이라
                도를 배우려면 모름지기 공(空)을 배워야 하네
                진공(眞空)을 배워 얻으면 그것이 참도학[眞道學]이니
                분명히 배운 후에는 공이면서 공 아니리.





            이익도 구하지 않고
                자리(自利)는 원래 자리가 아니어서
                남을 위해야만 자리가 자라나나니
                남을 해치는 자리는 전연 이익이 없네.

            이름도 구하지 않아

                이름을 구하면 반드시 높은 지위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고
                지위가 높아지면 저절로 교만이 생기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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