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1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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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제존자 삼종가 311
한 물건도 전연 없는 가난한 도인이
값할 수 없는 보배구슬을 어떻게 쓰는가
자유로이 만물을 내어놓는 봄이라네.
도는 끝없어
고요하고 쓸쓸한데 누가 그와 함께하랴
홀로 숲속에 앉아 모든 일 쉬었나니
세간의 어떤 물건이 확실한 진종(眞宗)인가.
천만 가지 묘한 작용 다함없어라
한가할 때나 시끄러울 때나 예의는 비단옷 같고
문 앞에서 손님 맞이할 때에도 평상시 같으며
불전에서 향불 사르고 예불하는 데도 통하네.
누더기에 멍충이 같은 이 사람을 웃지 말라
마음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며 또 끊어짐도 없어
소리를 뛰어넘고 빛깔도 뛰어넘어 스스로 한가하거니
세상에 만나는 사람들 비방이나 칭찬 없네.
선지식 찾아 진실한 풍모를 이었으니
평산(平山)과 서천의 지공(指空)을 친히 뵈었네
원제(元帝)가 믿어 개당하여 천하에 두루하고
우리나라에 돌아와서는 종풍을 떨치었네.
헤진 옷 한 벌에
나물밥에 누더기로 의당 도를 향하여
홀로 앉았거나 홀로 다니거나 걸림 없었고
스승을 찾아 도를 물은 일 옛날부터 드물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