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4 - 선림고경총서 - 22 - 나옹록
P. 314

314 나옹록


            우습구나,미련한 사람들 분수를 모르고 구하네
                전생에 심은 복이 전연 없는 것 같고
                금생에도 박복하여 복을 짓기 어렵나니
                그리하여 세세생생에 시름만 거듭되네.

            복은 전생에서 지어 놓은 것임을 알지 못하는 이는
                악인(惡因)의 악함이여,업이 그 악을 따르고
                선인(善因)의 선함이여,선이 따라와
                선이거나 악이거나 그 인(因)은 어긋남이 없느니라.

            하늘땅을 원망하면서 부질없이 허덕인다

                그것은 하늘이나 땅이 닦아 이룬 것 아니라
                제가 그렇게 닦아 제가 얻는 것이거니
                복 밖에서 찾는 일은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느니라.





            산에 산 지가 몇 달이 되었는지 기억할 수 없다
                한 해가 다 가도록 산을 싫어하지 않나니
                고사리 캐고 땔나무 주워 밥 먹으면서
                한평생 헤진 누더기를 싫어하지 않노라.

            몇 해나 되었는지 기억치 못하고
                해마다 해를 보내는데
                늙거나 젊거나 죽는 데는 먼저와 나중이 없다
                이 몸 절로 늙어가는 것 생각하지 않으면서
                누더기 속에서 해마다 해를 보내네.


            경전도 읽지 않고 좌선도 하지 않으니
                애써 마음 쓰지 않으며 자연에 맡겨 두네
   309   310   311   312   313   314   315   316   317   318   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