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P. 128

128


                 어리석고 미친 자를 이웃으로 삼지 말라고

                 해가 뜨니 묘시(卯時)라
                 큰 도는 분명하니 밖에서 찾지 마오
                 일상생활 여기저기 눈앞에 있나니
                 어디서나 근원을 만나 일찌감치 집어든다

                 공양하는 진시(辰時)라
                 마음에 걸리는 일 하나도 없으니
                 천리 밖에 산을 벗어나는 구름은 색채를 띠고
                 한 줄기 시내 위에 흐르는 물,그 소리 잠잠하네

                 해가 중천에 오니 사시(巳時)라
                 훌륭한 스님들이여,제일의제(第一義諦)를 볼지어다
                 그곳에서 시비를 찾아보나

                 언제는 견해가 둘인 적이 있었던가

                 해가 남쪽에 있으니 오시(午時)라
                 이(理)와 사(事)가 서로 알고 서로 만나
                 절 문에서 석등 끝을 반듯이 비춰 주니
                 다른 곳에서 돌아갈 길을 묻지 말아라

                 해가 기우는 미시(未時)라
                 법신은 청정하여 비할 바 없으니
                 하늘땅 멀고 가까우매 동서가 다하고
                 천산 만산의 푸른 산빛 서로 기대어라

                 해질녘 신시(申時)라
                 원래 대도란 가깝거나 먼 것을 끊었으니
                 햇살 따스한 구월이면 온갖 꽃이 피어나
   123   124   125   126   127   128   129   130   131   132   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