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3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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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下 133
스님은 명사들에게 이와 같이 존경을 받았다.평소 지은 글을
모아 금계집(錦谿集) 이라 이름하였는데 30권으로 되어 있으며
앞에 소개한 두 수의 게송도 이 문집에 나와 있고,그의 생애는
탑명(塔銘)에 대략 실려 있다.
아!세상에는 삭발하고 승복만을 걸치고서 승려가 되었다고 말
하는 자들이 있다.그런 자들 중에 스님이 말한 청정한 일과 비밀
스런 종지를 안다고 할 수 있는 이는 정말 드물 것이다.유정스님
의 말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처럼 들리지만 오히려 함부로 나
서는 우리들의 병폐를 다스려 줄 약이 되니 불법문중에 보탬이
없다 할 수 있겠는가.
4.자비심이 많아 ‘노파’라 불린 스님/순(順)선사
황문(黃門:소동파와 황정견 문하)인 소자유(蘇子由)는 원풍(元豊)
3 년(1080)수양(睢陽)종사관(從事官)으로 있다가 균양(筠陽)각완
관(搉莞官)으로 좌천되었다.그때 홍주(洪州)경덕사(景德寺)의 순
(上藍 順)선사는 그의 부친 문안(文安)선생과 친분이 있었던 인연
으로 그를 찾아갔으며 서로 즐겁게 지냈다.소자유가 스님에게 심
법을 물으니 옛 스님이 코를 비틀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자 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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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있다가 느낀 바 있어 게송을 지어 바쳤다.
*백장선사가 마조선사를 따라 길을 가는데 들오리 떼가 날아가니 마조선사가 물었
다.“저게 무언가?”“들오리입니다.”“어디로 가는가?”“날아갔습니다.”마조선사
가 갑자기 백장선사의 코를 비틀었다.백장선사가 아파서 소리를 지르니 마조선
사가 “어디 날아갔느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