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P. 132

132


                 문을 나서며 주장자에 기대 곰곰이 생각하니
                 승려 되어 산골에 사는 것이 합당하지
                 벼슬아치 모인 자리는 걸맞지 않는구려.
                 昨日曾將今日期 出門倚杖又思惟
                 爲僧只合居巖谷 國士筵中甚不宜



               또한 도중에서 진산주(進山主)를 만나 게송을 지어 주었다.


                 예스러운 모습에 엉성한 차림으로 주장자에 기대시니
                 분명 수보리(須菩提)를 그려 놓은 듯하여라
                 공이란 성색을 떠나서 아는 것 아니니

                 달빛 아래 원숭이 소리를 듣는 것과 같구나.
                 貌古形疏倚杖藜 分明畵出須菩提
                 解空不許離聲色 似聽孤猿月下啼


               유정스님은 말쑥한 식견으로 세상에 끄달리지 않았다.평소 누

            렁 송아지를 타고 다니기 좋아하니 임안 태수인 시랑(侍朗)장당
            (蔣堂)이 시를 지었다.


                 선객이 항상 옛 도읍을 출입할 때는

                 황소 뿔 위에 바리때 걸어 놓고
                 때로는 눈 맞으며 구름 속에 사라져 가니
                 구름과 어우러진 것이 그림으로 그리기엔 안성맞춤일세.
                 禪客尋常入舊都 黃牛角上掛缾盂
                 有時帶雪穿雲去 便好和雲畵作圖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