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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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上 113
는데 어찌하여 운거산은 높고 보봉산은 낮은가?”
“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 너는 좌주(座主:강사)의 심부름꾼이 되겠구나.”
어느 날 또 물었다.
“고(杲)상좌야!나의 이 선을 너는 한번에 이해하였다.그래서
너에게 설법을 하라면 설법을 할 수 있고,‘염고(拈古)’․‘송고(頌
古)’와 소참(小參)․보설(普說)법문을 하라면 그것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못 하는 일이 있는데 너는 알겠느냐?”
“ 무슨 일입니까?”
“ 네가 한 가지 알지 못한 게 있지.네가 이 한 가지를 알지 못
하니,내가 방장실에서 너와 이야기할 때는 선이 있다가도 나서자
마자 없어져 버리며,정신이 맑아서 사랑할 때는 선이 있다가도
잠이 들자마자 없어져 버린다.만일 이렇다면 어떻게 생사와 대적
할 수 있겠는가?”
“ 바로 그것이 제가 의심하는 점입니다.”
그 후 담당선사의 병세가 위독하자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만일 이 병환에서 일어나지 못한다면 저를 누구에게
부탁하여 그 큰 일을 끝마치게 하시렵니까?”
“ 극근이라는 스님이 있는데 나도 그를 알지 못한다.네가 만일
그를 만나면 반드시 도롤 이룰 수 있을 것이지만 끝내 그를 만나
지 못하면 수행을 계속하다가 후세에 다시 태어나 참선을 하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