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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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도적을 잡았습니다!”
               종열스님이 말했다.

               “장물은 어디에 있느냐?”
               무진이 말을 못 하자 종열선사가 말하였다.
               “조운사는 가시오.내일 다시 봅시다.”

               그 이튿날 무진이 간밤에 지은 송을 종열선사에게 바치자 선사
            는 무진에게 말하였다.
               “참선을 하여도 명근(命根)이 끊어지지 않은 채 말을 따라 이해

            를 내면 그렇게 말하게 되는 법이다.깊이 깨치기는 했지만 지극
            히 미세한 곳에 이르러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울 안
            으로 떨어지게 한다.”

               종열선사는 그 후 송을 지어 무진의 깨침을 증명해 주었다.


                 한가히 걷는 발길

                 걸음걸음 모두 그럴 뿐
                 비록 성색 속에 살아도
                 어찌 ‘유무’에 얽매이겠나

                 한마음은 차이가 없고
                 만법 또한 다르지 않으니
                 바탕과 쓰임을 나누지 말고
                 곱고 거침을 가리지 말라

                 막힘 없이 기변에 응하고
                 얽매임 없이 사물에 응하니
                 옳다,그르다 하는 생각 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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