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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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시자라는 사람이 있는데 명안선사가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
            을 가리키면서 ‘평시자는 이곳이 좋지 않다’고 하였습니다.또한

            엄지손가락을 구부려 가운데 손가락과 교차시켜 세 갈래로 보여
            주면서,평시자가 이곳을 떠난다 하여도 여기에서 죽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명안선사는 입적하면서 ‘전신을 묻어도 10년은 무난할 것이며
            대양사를 위하여 열심히 이바지할 것이다’라고 유언하였다.유해
            를 탑에 넣을 때 문도들은 평시자가 선사에게 불리한 짓을 할까

            봐 두려워하였다.도위(都尉)이화문(李和文:遵勗)이 시주한 금은
            따위의 기물(器物)로 탑명을 새겼는데 과연 그것이 없어졌다.
               그 후 평시자가 대양사의 주지가 되었을 때,갑자기 스승의 탑

            이 풍수지리에 좋지 못하니 시신을 꺼내 화장해야겠다고 하였다.
            산중의 노승들이 모두 간곡히 만류했으나 평시자는 지신에게 방

            해되는 일이 있다며 결국 탑을 파헤쳤다.선사의 모습은 마치 산
            사람 같았으며 장작불이 모두 탄 뒤에도 그대로였다.대중은 모두
            놀랐으나 평시자는 마침내 도끼로 뇌를 부수고 기름을 부어 불을

            지피자 잠깐 사이에 재가 되고 말았다.
               대중이 이 사실을 관아에 알렸고,평시자는 탑 안의 물건을 절

            취하고 은사에게 불효하였다는 죄에 걸려 환속당하였다.평시자는
            자칭 황수재(黃秀才)라 하고 낭야선사를 찾아가니 낭야선사가 말
            하였다.

               “예전의 평시자가 지금은 황수재가 되었구나.내 대양사에 있
            을 때 네가 하는 짓을 다 보았다.”
               그리고는 드디어 받아들이지 않자 또다시 공안선사를 찾아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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