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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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下 123
날 이 핍박을 견딜 수 없어 그대의 집에 의탁하여 태어나고자
하니 그대가 살펴주기를 바라오.”
선선사는 마침내 열반하였다.
곽공보는 편지를 받고 기쁨과 놀라움으로 가슴이 벅찼다.그
날 밤 그의 아내는 꿈속에서 선선사가 어렴풋이 이불 속으로 들
어오는 것을 보고서 자기도 모르게 “이곳은 스님이 오실 곳이 아
닙니다”하고 소리쳤다.곽공보가 그 까닭을 물으니 아내가 꿈 이
야기를 하자 그는 등불을 밝히고 선선사의 서신을 내보였다.과연
임신을 하여 아기를 낳자 그의 이름을 선노(宣老)라 하였다.겨우
돌이 되자 기억하고 묻는 것이 예와 다름없었다.
세 살이 되던 해 백운 단(白雲守端)스님이 그의 집 앞을 지나간
일이 있었다.곽공보가 스님의 이름을 부르며 쫓아나가 만나자 멀
리서 그를 바라보고 사질(師姪)이라고 불렀다.백운스님이 그에게
물었다.
“스님과 헤어진 지 몇 해요?”
“ 4년이오.”
“ 어디서 헤어졌소?”
“ 백련장(白蓮莊)에서요.”
“ 무엇으로 증명하겠소?”
“ 아버지 어머니가 내일의 재에 스님을 초청할 것이오.”
갑자기 문밖에 수레를 끌고 가는 소리가 들리자 백운스님이 물
었다.
“문밖에 무슨 소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