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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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下 125
7.글 따라 해석할 뿐 도안이 없는 장로/지복(知福)장로
장로사(長蘆寺)지복(智福)장로는 도안이 밝지 못한 사람이었다.
항상 시주한 것을 가지고 상강사(上江寺)의 스님들에게 음식 공양
을 하였는데 원통 수(圓通法秀)선사가 이 이야기를 듣고 그를 찾
아가 사실을 시험해 보려 하였다.마침 그곳에 도착했을 때 지복
장로의 상당법문을 듣게 되었다.
“거친 밭에서 풀과 곡식을 가려내지 못하면 죽어야 할 멍청이
며 손 닿는 대로 풀을 뽑아 낸다면 그래도 조금은 나은 편이다.”
말을 마치고 곧장 법좌에서 내려오니 법수선사는 깜짝 놀라
“이처럼 선을 설법하는데 그 누가 그에게 선을 알지 못한다고 하
는가”하였다.
그리고는 제방에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 말일 뿐이라 생각하고
몸소 방장실을 찾아가 예를 갖추어 절을 하고 앞에서 본 이야기
를 자세히 하였다.이어 아까 했던 상당법문을 다시 청하자 지복
장로는 글에 따라서 그 뜻을 해석해 주었다.이에 법수선사가 “이
러니까 제방에서 그대가 선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라고 하였다.지복장로가 이를 수긍하지 않자 법수선사가
말을 이었다.
“종을 울려 대중을 모아 놓고 법수상좌가 여기에서 스님과 겨
뤄 본다고 말해 주시오.”
이 말에 지복장로는 그만두고 떠나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