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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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성사 下 135
8.묘도도인(妙道道人)의 법문
묘도도인(妙道道人)은 연평(延平)황씨(黃氏)의 딸이다.여러 큰
스님을 두루 친견한 후 경산(徑山)에서 묘희스님을 찾아뵈었다.한
번은 묘희스님이 방장실에서 어느 스님에게 묻기를 “마음도 아니
요 부처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다.이것이 무엇이냐?”하자 그 스
님은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마침 묘도도인이 문 밖에서 이 말을
듣고 환하게 깨친 바 있어 묘희스님께 아뢰자 “화살이 뽕나무에
꽂혔는데 닥나무에서 즙이 나왔군!”하며 깨친 바를 인가해 주었
다.
후일 그는 홍복사(洪福寺)의 개당 법문에서 대중에게 설법하였
다.
“선이란 뜻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니,의지가 세워지면 종지
에 어긋난다.도란 공훈과는 동떨어지니,공을 세우면 도의 분수
를 잃게 된다.소리 밖의 말을 생각 속에서 구하지 말고 조용(照
用)의 기틀을 지니고 불조의 감추(金甘 鎚 )를 쥐고서 부처가 있는 곳
에선 서로 손님과 주인 되고 부처가 없는 곳에서는 바람소리만
쏴아 하고 분다.마음이 편안하고 생각이 태연하면 메아리는 순조
롭게 소리에 화답하니,말해 보라.이와 같은 사람은 어느 곳에
있는가를…….”
한참 동안 말없이 있다가 송하였다.
도롱이 걸치고 천 봉우리 밖에 비껴 섰다가
오로봉 앞 채소밭에 물줄기 끌어 뿌려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