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6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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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부여!머뭇거리지 말라
어이하여 헛된 이름을 위하여 몸을 망치려 드는가
즐겁게 떠들며 놀 때는 고생 많지 않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이만 더해 간다
성도 땅이란 더구나 번화한 곳이니
이곳에 오래 머무르는 건 계집과 술의 유혹 때문
우리 스님은 본디 티끌 세속 벗어난 인물이니
악착스런 소인배와 어울려 묻히려 하겠는가
우리 스님 다행히 높은 뜻이 있으니
결코 흙탕물에 헛딛지 않으리라
그대는 보지 못하였나
배를 삼키는 고기는 작은 여울에 몸을 숨기지 않고
아름드리 큰 나무가 어찌 벌거숭이 동산에 살 수 있겠나
붕조(鵬鳥)한번 나래 치면 구만 리 날아가는데
제비며 갈매기 따위와 함께 날려 하는가
쏜살같은 천리마로
옛 가지 연연하는 뱁새를 본받지 마오
설령 그대가 수많은 경전을 논하여도
선종의 두 번째 기틀[第二機]에 떨어지리라
흰구름은 본디 높은 누대 그리워하여
아침저녁 자욱하게 잠시도 흩어지지 않는 것은
온 백성 염원하는 비를 내려 주기 위함일세
그때가 되면 한가히 산을 나오게나
그대 또한 보지 못하였나 형산의 아름다운 옥석은
뛰어난 옥공을 만나기 전엔 덤풀 속에 버려져 있었음을
그 당시 초나라를 떠나지 않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