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0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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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염 3년(1129),
내 갑자기 미친 병으로
복두건 눌러 쓰고
허리띠 잡아매고
깊은 밤 스승의 뜨락에서 도적질하다가
스승에게 붙잡혔지만
아무 물건 못 훔쳤는데도
공연히 3배만 올렸네
그 후로 물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분한 마음 적지 않구나
누군가 혹 스승을 욕하기를
‘늙어서 또릿또릿하게 말하지 못하고
전혀 깨친 바 없다’고 하면
나는 곧 머리 들고
하늘을 우러러 의심한다
누군가 스승을 칭찬하기를
‘그의 도는 부처를 뛰어넘고
도량은 바다보다도 드넓다’고 하면
나는 곧 지팡이 쳐들고
그의 머리를 갈겨 부순다
이러든 저러든
어찌 잘못 안 사람 이다지 많은가!
삼가 박주(薄酒)한 잔을 올렸더니
스님께선 크게 웃어제끼는구나.
스님의 제자 대기(大驥)스님은 순희(淳熙)연간에 구주(衢州)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