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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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中 101
2.철편 소(鐵鞭韶)선사의 개당법문
철편 소(鐵鞭韶)선사는 정직하고 성실하여 남의 비밀을 엿보는
일이 없었다.그는 복주 면정(緜亭)사람이다.온릉(溫陵)광효사
(光孝寺)에 주지해 달라는 청을 받고 가서 개당법회를 연 자리에
서 임금을 위해 축원하고 향을 사른 뒤 말하였다.
“무엇을 제일의제(第一義諦)라 하는가?여기 모여 있는 대중 가
운데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자는 없는가?있다면 앞으로 나와
말해 보아라.”
때마침 한 스님이 앞으로 나와 물었다.
“이마에는 마혜수라의 눈이 툭 솟았습니다.”
스님은 주장자를 들어 탁자를 한 번 치고서 말하였다.
“그만두어라.오늘 개당법회는 보통 불사와 비할 바 아니다.설
령 미륵불이 하생할 때까지 문답한다 해도 쇠줄처럼 꼬리에 꼬리
를 물 뿐,그릇에 담긴 물이 새지 않듯 해결의 실마리가 틔지 않
는다.다만 밥 먹고 죽 먹을 기운이나 북돋아 줄 뿐,자기 문제와
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그러므로 물음은 답할 수 있는 곳에 있지
않고 대답은 묻는 곳에 있지 않고 하는 것이다.불쑥불쑥 문답을
하는 것이 마치 마른하늘에 번개 치듯 하여 눈뜨고 봐줄 수 없는
데,게다가 어떻게 말이나 글로 종지를 밝힐 수 있겠는가.이는
마치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고 나무둥치를 세워 놓고 토끼가 부
딪혀 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아서,우리 종지에는 말이나 글이
없고 남에게 줄 그 어떤 법도 없음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여기서
철저히 깨달으면 성상과 부처의 은혜를 일시에 갚는 일이다.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