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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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몸을 일으켜 평강(平江)의 만수사(萬壽寺)를 찾아가 승
당 앞에서 쉬고 있었다.당시 만수사에 계시던 등지암(燈止庵)스님
은 감쪽같은 솜씨로 학인을 다루는 노장이었는데,공양을 마치고
북이 울리자 스님이 선실로 들어갔다.나는 그때 마음속으로 그를
속이고 들어가지 않을 심산이었으나 동행한 도반이 이미 선실로
들어가면서 내게 들어갔었느냐고 물어 왔다.나는 동행을 속이고
들어갔었노라고 하자니,나와 동행인데 내가 그를 속이면 내 마음
이 편안하지 못할 뿐 아니라,점차 사천(四川)으로 돌아가자고 윽
박지르게 될까봐 마음이 초조하고 번민스러웠다.그리하여 승당
(僧堂)뒤편으로 들어갔는데 머리를 들어 보니 순간 ‘조당(照堂)’이
라는 두 글자가 눈앞에 와 닿았다.그러자 이제껏 품어 왔던 의심
이 단박에 풀렸다.유유자적하게 장산(蔣山)으로 올라가 다시 밀암
스님을 뵈니 서로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게 없었다.”
파암스님의 참선은 마치 한신(韓信)의 적은 군사가 배 위에서
필사의 각오로 딴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일이다.
5.마조대사의 일면월면(日面月面)에 붙인 게송/
수암 서(秀巖瑞)선사
수암 서(秀巖瑞)선사가 상당하여 마조(馬祖)대사의 일면월면(日
面月面)*에 대해 후일 수암(水庵師一)스님이 붙인 게송을 거론하
14)
*마조스님이 입멸하기 전날 밤에 원주가 물었다.“스님께서는 사대(四大)가 평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