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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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中 103


                 山鳥一聲驚夢覺 不知今夕是何年


               가히 고요한 사람이 정숙함으로써 길(吉)할 수 있는 것은 마음

            이 어지럽지 않기 때문이라(주역의 괘사)하겠다.




               4.파암 조선(破庵祖先)선사의 참선



               파암 선(破庵祖先)선사가 한번은 말하였다.
               “요즘 형제들은 공부를 할 때 본성(本性)을 찾지 않기 때문에
            효험을 보지 못한다.내가 행각할 당시 밀암(密庵)스님이 구주(衢

            州)오거산(烏巨山)에 계셨는데,나는 그곳에서 지객(知客)소임을
            맡아보다가 사임하고 쌍림사(雙林寺)를 찾아가 수암(水庵)스님을
            뵈었다.

               쌍림사에는 두 개의 회랑이 있었는데 나는 밤이면 밤마다 잠을
            자지 않고 동쪽 회랑에서 서쪽 회랑으로 왔다 갔다 하며 화두를

            들고 공부하였다.이와 같이 두세 번을 돌고 승당으로 들어와 다
            시 하나에만 골똘하니,상하에 있는 형제 모두가 얼어터진 겨울
            참외처럼 보였다.이런 모습을 보고 스스로 생각하였다.‘깨닫지

            못한다면 나도 저 승당의 얼어터진 겨울 참외 같을 것이니 이러
            고서도 어떻게 밥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나는 그 당시,웬

            만큼은 공부가 되어서 선실에서 입을 열 수 있을 정도였으나 미
            세한 번뇌[命根]까지는 끊지 못하여 마음이 결코 평온할 수가 없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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