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P. 95
고애만록 上 95
50.조주선사와 문원사미의 이야기를 거량하다/
수암 서(秀嵓瑞)선사
수암 서(秀嵓瑞)스님이 말했다.“대혜(大慧)스님이 거론하기를
조주스님이 하루는 법당에 있다가 예불하는 문원(文遠)사미를 보
고 주장자로 한 대 후려치니 문원사미가 ‘예불도 좋은 일입니다’
하니 ‘좋은 일이라도 없느니만 못하다’고 했다”하고는 농을 하였
다.
문원스님의 수행은 공(空)에 집착하지 않아
수시로 황금부처를 보고 절을 올리고
조주스님의 주장자는 비록 짧지만
머리 뒤의 둥근 빛이 또 한 겹 있네.
文遠修行不着空 時時瞻禮紫金容
趙州拄杖雖然短 腦後圓光又一重
대원(大圓)스님이 이 글을 보고 말하였다.
“대혜스님의 작용처는 암두(嵓頭)․사심(死心)스님보다 부족하
지 않다.기꺼이 헤아려 보니,가히 전무후무하다 할 만하다.이제
그가 마지막 구절을 고치기 위하여 반드시 나를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서로 만날 수 없으리라.”
그리고는 구절을,“겹겹이 둘러친 화산을 한번에 깨뜨렸다[劃
破華山千萬重]”라고 고쳐 말하였다.대혜스님은 이 말을 듣고 대
원스님을 찾아가 뵙고자 하였지만 대원스님은 이미 열반한 뒤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