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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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두를 들어 법문을 하자 이에 대하여 말을 하려다가 할(喝)을 듣
            고는 게송을 지어 올렸다.



                 눈앞엔 깜깜한 철벽 하나
                 하늘과 땅을 떠받친 채 온통 검더니
                 아침 눈 녹듯 기왓장 풀리듯 하여
                 역력히 빛나는 하나의 광명이로다.
                 眼前一座鐵壁 拄天拄地黑漆

                 今朝瓦解氷消 一段孤明歷歷


               그러나 또다시 할을 듣고 물러 나오고야 말았다.그 후 다시

            가르침을 청하여 청소(淸素)시자가 도솔 열(兜率從悅)스님에게 “불
            계에는 들어갈 수 있으나 마계(魔界)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한
            말을 듣고 얼음 녹듯 의문이 풀려 이에 게송을 지었다.



                 적삼을 뒤집어 입고 거꾸로 신을 신으며
                 이리저리 잡고 놓음이 모두가 그에게 있으니
                 마계로 불계로 들어가는 건 평상의 일이라

                 한 가닥 풍류가 그곳에서 흘러나오네.
                 翻着襴衫倒着靴 橫枮竪放摠由他
                 入魔入佛尋常事 一叚*風流出當家
                                      1 2)

               또다시 송하였다.




            *원문의 ‘叚’는 ‘段’의 오기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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