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P. 107
산암잡록 上 107
68.경산사 본원(本源)스님의 수행과 주지살이
경산사 본원(本源)스님은 법명이 선달(善達)이며,선거 자씨(仙
居 紫氏)자손이다.젊은 시절 급암 신(及菴宗信)스님과 함께 행각
하면서 소임을 맡지 않기로 다짐하였다.강서 지방에 머무를 때
설암(雪巖)스님을 찾아뵙고 대중 속에 섞여 그의 회하에 들어갔는
데,어느 날 설암스님이 그의 출중한 인물과 법도 있는 행동을 보
고서 그에게 당사(堂司)*라는 소임을 맡기려 하자 급암스님과 상
8)
의하니 급암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는 지난날 나와 맹세를 해놓고 이제 와서 어기려고 하는
가?”
스님은 결국 당사 소임을 사양하였다.그 후 고향인 선거(仙居)
로 돌아가니 마을 사람들이 다복사(多福寺)의 주지로 맞이하였으
나 그곳을 버리고 호남 지방을 돌아다니다가 복엄사(福嚴寺)의 주
지가 되었다.복엄사는 당나라 때 도관(道觀)이었던 것을 사대(思
大)스님에 와서 선원으로 개조한 것이다.그 당시 불평하는 도사
들이 많자 사대스님은 그들의 후세를 모두 주지로 삼겠노라는 서
약을 하였는데,그 가운데 성은 목(木),이름은 달선(達善)이라는
자가 있었다.스님의 이름과 글자만 바뀌어 있을 뿐 똑같았기 때
문에 사람들은 스님을 목도사(木道士)의 재생(再生)이라고 믿었다.
그 후 절서(浙西)지방으로 돌아와 경산사 운봉(雲峰)스님을 뵙고
그의 문하에 들어가 깨침을 얻었다.때마침 혜운사(慧雲寺)주지
자리가 비자 스님이 그곳 주지로 전보되어 처음 올리는 향불을
*당사(堂司):절의 당우를 관리하는 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