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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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하지 않고 마침내 산을 내려오고야 말았다.이윽고 항주 천목
            사(天目寺)고봉(高峰)스님을 찾아뵈었는데 두 사람의 말이 딱딱

            들어맞자 고봉스님은 그를 수좌로 삼았다.
               지정(至正)원년(1341)명주(明州)해회사(海會寺)에 와서 한 방
            에서 단정히 기거하며 모든 인연을 끊은 채 그림자가 문 밖을 나

            가지 않았으며 그의 곁에 도구(道具)가 떠나지 않으니 사람들은
            모두 그를 존경하였다.
               지정(至正)갑오년(1354)정월 느닷없이 시자승에게 다음 달 24

            일에 강동 지방에 잠시 놀다 오겠다고 하였는데,그날이 되자 목
            욕하고 옷을 갈아입고 행전을 찾아 발에 묶고 시자승의 부축을
            받으며 부처님 앞에 가서 삼배를 올린 후 물러 나와 가부좌를 하

            고서 대중 스님들에게 결별을 고하였다.
               “지난번에 내가 너희들에게 오늘 길을 떠나겠다고 말하지 않았

            던가?”
               말을 마치고 잠자듯 고이 열반하시니,향년 99세이다.7일 동
            안 관 속에 모셔 두었으나 얼굴빛이 선명하고 수족이 부드럽고

            따뜻하여 마치 살아 있는 사람 같았다.다비를 하자 불길이 높이
            솟구쳐 흩어지는 모습이 마치 수많은 기왓장이 하늘로 튀어 오르

            는 것 같았고 연기를 찾아볼 수 없었으며 다비가 끝난 후 사리가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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