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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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스님에게 바쳤다.
그 후 보령사(保寧寺)․정자사(淨慈寺)․경산사의 주지를 지내
면서 가는 곳마다 모두 기록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스님은 주지
하는 곳마다 침상을 마련하지 않고 밤마다 촛불을 밝히고 향을
사르며 정좌하였다가 아침이 되면 대중 처소로 나가는 것으로 일
상을 삼았다.또한 타고난 체질이 보통 사람과는 달라 몹시 추운
날씨에도 성긴 갈포 옷을 입고 무더운 여름에도 두터운 솜옷을
입었으며,사원에 남은 재산으로 경산 동쪽 산기슭에 대원원(大圓
院)을 지어 행각승들을 맞이하였다.어느 날 스스로 때가 온 줄을
알고 대중을 모은 후 평생 행각하던 이야기를 끝마치고 곧 입적
하였다.
총림에서는 승직을 지내지 않았다 하여 그를 낮추어 보는 자가
있지만,지난날 백장(百丈)스님께서 사원의 소임 체제를 세우기 전
엔 사람들이 오로지 도에만 힘썼다.그리하여 마음을 깨쳐 불법을
짊어지게 되면 마치 하늘에 뜬 태양처럼,온 누리를 흔드는 우레
처럼 식(識)을 가진 모든 중생이 그의 빛과 일깨워 줌을 받았던
것이다.그런데 그 당시에 무슨 소임이 있었길래 그를 낮추어 볼
수 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일이다.
69.역(易)수좌의 선정
역(易)수좌는 자가 무상(無象)이며 송 장군(宋 將軍)의 집안,하
씨(夏氏)의 아들이다.팔 힘이 남보다 뛰어나고 무술에 정통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