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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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나왔는데,지금까지도 산중에 봉안하여 공양을 올린다고
한다.
67.절벽에서 떨어져 정(定)에 들다/단애 요의(斷崖了義)수좌
단애 의(斷崖了義)수좌는 고봉(高峰)스님 회하에서 참구하였는
데 법어를 깨닫지 못한다고 고봉스님이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떠
밀어 버렸다.그날 밤 많은 눈이 내렸으므로 대중들은 그가 이미
죽었으리라 여겼다.이튿날 눈이 멈추어 도반들이 장작더미를 들
고 그곳을 찾아가 그의 주검을 화장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스님은
고목 아래 반석 위에서 정좌를 하고 있었다.그를 흔드니 눈을 번
쩍 뜨고 사방을 돌아보며 자신이 절벽 아래 눈 속에 있었다는 사
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돌아와 다시 고봉스님을 뵈니 고봉스
님은 말없이 그를 기특하게 생각하였다.그 후로 그의 명성은 나
날이 떨쳐 승속이 모두 그에게 귀의하였다.
스님은 도를 묻는 사람이 있으면 으레 주장자로 때릴 뿐,말이
나 얼굴색으로 나타내지 않았고 그들 스스로 깨닫도록 하였다.요
즘의 큰스님들은 말로 가르치는 이가 많은데 스님만은 그렇게 하
지 않으니 높이 살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