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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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103
62.중봉(中峰)스님의 수행과 깨침
중봉(中峰)스님은 항주 사람이다.스승에게 귀의하여 머리를 깎
고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후,참구해서 고인이 이룩한 깊은 경지
에 이르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않으리라고 결심하였다.당시 고봉
(高峰)화상이 앙산사 설암스님의 허가를 얻어 천목산(天目山)사자
암(師子岩)에 주석하면서 사관(死關)을 세워 결코 선승들을 받아들
이지 않았다.그러나 중봉스님을 한 차례 본 후 크게 기뻐하여 화
두를 내려 주었고 중봉스님도 힘써 정진하며 의문 나는 점을 물
었다. 금강경 의 “여래의 무상정각을 짊어지고[荷擔如來阿耨多羅
三藐三菩提]”라는 구절에서 환히 깨치고 이때부터 막힘 없는 지혜
변재를 지녀,위로는 군왕․재상,아래로는 삼교(三敎)의 준수한
인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정성을 다해 도를 물었다.그가 저술한
책과 어록 몇 권은 제자 칙 천여(則天如)스님이 두루 수집하여 조
정에 올려 대장경에 수록하였고 보응국사(普應國師)라는 법호를
추증(追贈)받았다.
스님의 풍채는 거룩하였고 조금이라도 머리를 숙이면 호흡이
고르지 못하여 항상 바로 보고 편안히 앉아 있었다.법어를 청하
면 두 사람의 스님에게 종이를 마주 들게 한 후 붓 가는 대로 글
을 써 주었다.